자라를 닯은 멋스러운 분청사기 모란무늬 자라병
이번에 소개시켜드릴 것을 자라를 닯은 멋스러운 분청사기 모란무늬 자라병입니다. 이는 납작한 형태와 강렬한 색채와 화려한 무늬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분청사기 병입니다. 분청사기는 조선 15-16세기에 제작된 자기의 한 종류로 청자, 백자와는 다른 독특한 미감으로 눈길을 끕니다. 이 작품은 분청사기 자라병으로서는 드문 완형의 예로 독특한 기형, 과감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국보의 위엄을 당당하게 뽐내고 있습니다. 자라병이라는 이름은 명칭 그대로 자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입니다.
납작하고 둥근 몸체에 짧은 주둥이가 달려 있는데, 마치 자라가 엎드려 있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보통 병은 가늘고 긴 목에 양감이 있는 몸체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하지만 이 자라병은 높이보다 너비가 넓고 목도 짧아 독특한 미감을 뽐냅니다. 또한 병 전체에 피어 있는 모란꽃과 바탕의 검은 안료가 대비를 이루어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자라병은 삼국시대 도기, 조선시대 도기와 이와 같은 분청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주로 도기로 만들었던 일상 용기로, 이처럼 분청사기나 백자로 된 예는 흔치 않습니다. 병 안에 술과 같은 액체를 넣고 끈을 매어 휴대할 수 있어서 여행용, 야외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이 나오는 입구를 자라목처럼 위를 향하도록 만들어 이동할 때 흔들려도 물이 쉽게 흐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라처럼 투박하고 무심히 만든 병 같지만 단면 조사 결과 그 두께가 얇아 정교한 제작기술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굽 부분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14, 가장 얇은 바닥 안쪽은 3.8에 불과해, 겉으로 보이는 투박함과는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분청사기는 회색의 바탕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고운 백토로 분장을 한 뒤 유약을 씌워 구운 자기입니다.
미술사학자 고유섭선생이 1930년대 이러한 종류의 자기를 분장회청사기라고 이름 붙였고 이것의 줄임말이 분청사기가 되었습니다. 즉 백토로 분장을 한 것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특징입니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에 상감청자가 쇠락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탄생했지만, 고려청자와는 다른 새로운 무늬와 다양한 장식기법으로 자유분방한 매력을 뽐냅니다. 이것은 귀족적인 고려청자의 세련된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미감입니다. 분청사기는 15-16세기에 걸쳐 약 150년간 유행하다가 백자에 대한 선호도와 소비가 증가하면서 16세기 이후 자연스럽게 소멸하였습니다. 분청사기의 표면을 장식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상감 분청, 인화 분청, 박지 분청, 선각 분청, 철화 분청, 귀얄분청, 분장 분청으로 나뉩니다. 또 분청사기는 다양한 응용과 파격적인 무늬 배치가 돋보이며, 강한 지역성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이 자라병은 전라도 지역에서 유행했던 박지기법을 사용하여 그 생산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 쓰인 기법은 박지기법으로, 백토로 분장한 뒤 무늬를 뺀 나머지 부분을 긁어내어 특유의 어두운 바탕이 드러납니다. 따라서 무늬와 바탕의 대조가 뚜렷한 것이 특징인데, 여기에 철화 안료로 칠하여 그 대비는 더욱 강렬합니다. 모란은 추상적으로 표한하여 마치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뛰어난 표현력과 독특한 감각은 형태와 조화를 이루며 분청사기만의 멋을 한껏 발산합니다. 201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혜곡 최순우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작은 전시를 열었습니다. 상설전시실 곳곳에 숨어 있는 최순우 선생이 아끼고 좋아했던 문화재를 글과 함께 소개하였습니다.
최순우 선생은 한국전쟁 중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고, 국내외에서 특별전을 개최하여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였습니다.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하여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도자기, 공예, 회화 등 미술사 분야에서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습니다.
최순우 전집(전5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은 많은 독자들에게 그의 남다른 심미안과 탁월한 해석을 보여주었으며,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자라병 역시 최순우 선생이 멋진 평을 남겼습니다. 이 자라병은 시대적인 호흡을 가장 싱싱하게 나타낸 작품으로서 참신한 도안과 청초한 색감이 사뭇 현대감각을 느끼게 할 만큼 새롭다. 무늬의 기법은 박지문으로, 몸체 바탕 위에 백문을 씌워서 본바탕을 화장한 후 대칼 같은 꼬챙이로 긁어서 무늬를 버리고 그 위에 유약을 씌워 구워낸 것이다. 긁어낸 위에 철분이 많은 도료를 붓으로 발라 구웠기 때문에 바탕색은 마치 잘 익은 수박색을 나타내고 있어서 그 색채의 조화가 한층 신선하고도 품위 있어 보인다. 무늬가 지닌 이러한 새로운 감각은 마치 20세기 서양의 현대회화 감각과도 공통되는 멋이 있어서 이러한 종류의 박지문 또는 조화문 분청사기의 도안은 곧잘 폴클레나 마티스의 소묘와도 비교될 만큼 미술전문가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어쨌든 이 자라병은 그 형태가 지니는 새로운 감각도 보통이 아니고 등에 새겨진 그 무늬의 성격과 함께 동양 도자기 사상에서도 매우 이채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출처: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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