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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접시

by dreamlove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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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가 있는 접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신안해저선 발굴 과정에서 매우 아름다운 한 점의 청백자접시가 발견되었습니다. 접시의 안쪽 바닥에는 두 개의 붉은 잎을 그리고 그 위에는 글씨를 적었습니다. 

 

유수하태급, 심궁진일한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오언절구의 제12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시에는 당나라 때 한 남자와 여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군요.

 

시에 담긴 애틋한 사랑이야기

당나라 희종 때 우우라는 선비가 낙엽이 뒹굴고 있는 창안(지금의 시안)의 황궁대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궁 안과 연결된 개천에서 뭔가 글씨가 적힌 나뭇잎을 발견합니다. 그 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고, 깊은 궁궐은 종일토록 한가한데 은근한 마음 붉은 잎에 실어 보내니 인간 세상으로 쉬이 흘러가기를.

 

우우는 이 나뭇잎을 집으로 가져와 책 속에 넣어 두고 아침저녁으로 꺼내어 보고 읊었습니다. 이 시구절이 황궁의 궁녀가 쓴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나뭇잎을 마치 보물처럼 여겼습니다. 그는 상상 속의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밤낮으로 궁녀를 그리다가 점점 초췌해졌습니다.

우우는 여러 번 과거 시험에 낙방하고 한영이라는 귀인 집에 의탁하여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영이 우우를 불러 말했습니다. 

 

황궁에서 삼천 궁녀를 궁 밖으로 내보내어 각자 혼인하라 하였다네. 궁녀 가운데 한씨라는 부인이 있는데 이번에 함께 출궁하여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네. 자네는 벌써 서른이 지났으나 아직 장가도 못가고 출세도 못했잖은가? 한씨 부인은 비록 나이는 서른을 넘겼지만 돈이 많고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네. 자네와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려 하는데 어떤가? 오랫동안 쓸쓸히 살아온 그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한영의 권고를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드디어 두 사람은 동방화촉을 밝혀 부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튿날 우우는 한씨 부인의 미모와 재력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마치 신선의 세계에 온 것처럼 행복해 하였습니다.얼마 되지 않아 한씨 부인이 우우의 책상에서 자신이 시를 써서 궁 밖으로 보낸 나뭇잎을 발견하였습니다. 한씨 부인은 놀라서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내가 적은 시구인데 당신이 어떻게 이것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우우는 여차저차 사실대로 말하였습니다. 한씨 부인은 대나무상자에서 나뭇잎 하나를 꺼내 보이니 그것은 바로 우우가 답시를 써서 궁 안으로 보낸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유홍기 고사와 일본의 한문학

궁녀 한씨와 우우가 서로 나눈 시와 사랑이야기는 송대의 장실이 유홍기라는 전기소설로 재구성하여 청쇄고의에 수록하였습니다. 

 

송원시기에는 전기소설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주로 역사를 소재로 한 것이며 애정고사를 주제로 한 것도 있습니다. 이 시기의 전기는 대부분 당대의 전기를 모방하거나 답습하였는데 서민들의 삶의 모습과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헤이안초기인 9세기부터 일본의 대표적 정형시 와카는 중국 당대 한시문의 커다란 영향을 받습니다. 

 

이후에는 와카의 전통 위에서 산문문학과 전기문학이 크게 유행하게 됩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유홍기 고사 중에 보이는 시를 적은 작품이 일본으로 유입되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중국의 한시문은 당시 일본 귀족 사회에 일어났던 중국 열풍 가운데 한 부분이었습니다. 당시의 중국 문화를 열렬히 동경했던 일본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이 유리홍 백자접시가 신안선에 실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유리홍기법과 제작

 

이 접시는 높이가 1.4cm, 입지름이 16.4cm로 바닥은 편평하고 구연부에서 수평으로 꺾여 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접시는 중국 장시성 경덕진요에서 제작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단 한 점 밖에 없습니다. 유약 아래층에 붉은 그림이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유리홍이라는 기법으로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진사라고 부릅니다. 

 

볼록하게 올라온 두 개의 잎사귀 위에, 붉은 색과 녹색으로 나뭇잎을 그렸고 그 위에 짙은 붉은색 글씨로 오언절구의 시를 적었습니다. 발견된 접시의 바닥에는 제12구의 싯구가 적혀 있습니다. 원래 제34구가 적힌 접시가 함께 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안타깝게도 한 점만 발견되었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다른 우리나라 작품에 대해 소개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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