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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국화와 나비 오늘은 국화와 나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덕수 2483)라는 제목의 초충도 한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풀잎이 말라 가는 가을 정원에서 국화는 홀로 꽃을 피워 올립니다. 그림 속 두 줄기 국화에는 각각 분홍색과 노란색 꽃이 피어 있습니다. 철 늦은 나비도 반가이 꽃을 향해 날아들고, 여치 한 마리는 꽃 아래를 서성입니다. 국화 곁에는 마른 붓질로 그려낸 작은 바위가 놓여 있을 뿐, 배경은 비어 있습니다. 간결한 화면에 고고한 서정이 묻어납니다. 그림 위쪽 여백에는 화제와 발문이 있습니다. 넓은 공간에 그림과 어우러진 글은 조선시대 서화의 멋을 잘 보여 줍니다. 글과 그림에 남겨진 이야기를 따라 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 보려 합니다. 국화, 초야에 은거한 선비의.. 2021. 2. 23.
시가 있는 접시 오늘은 시가 있는 접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신안해저선 발굴 과정에서 매우 아름다운 한 점의 청백자접시가 발견되었습니다. 접시의 안쪽 바닥에는 두 개의 붉은 잎을 그리고 그 위에는 글씨를 적었습니다. 유수하태급, 심궁진일한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오언절구의 제12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시에는 당나라 때 한 남자와 여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군요. 시에 담긴 애틋한 사랑이야기당나라 희종 때 우우라는 선비가 낙엽이 뒹굴고 있는 창안(지금의 시안)의 황궁대로를 걷고 있었습니다. 선비는 궁 안과 연결된 개천에서 뭔가 글씨가 적힌 나뭇잎을 발견합니다. 그 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고, 깊은 궁궐은 종일토록 한가한데 은근한 마음 붉은 잎.. 2021. 2. 22.
백자 철화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 오늘은 백자 철화 포도 원숭이 무늬 항아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는 단정하면서도 넉넉하게 생긴 항아리 표면에 새겨진 능숙한 화원의 솜씨로 보이는 무늬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철화안료로 그린 그림은 안료가 바탕흙에 스며드는 성질 때문에 뭉그러진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묵화 같은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한쪽 면에는 포도 넝쿨 사이에서 노니는 원숭이 한 마리가 보입니다. 조선 철화백자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몸체가 어깨부터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가 허리부터 서서히 좁아져 바닥에서 약간 벌어진 모습의 항아리입니다. 입 부분은 곧고 낮게 만들었는데, 이와 같은 형태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졌던 항아리들의 특징입니다. 철화 안료를 사용해 입 둘레에 연속적인 .. 2021. 2. 20.
제갈량 초상화 오늘은 조선시대에 그린 제갈량 초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갈공명으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은 한나라가 멸망한 뒤 위촉오 세 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던 시기에 한나라 왕실의 후예임을 내세운 유비를 도와 촉나라를 이끈 명재상입니다. 그의 초상은 조선 후기 문인 사회에 팽배해 있던 숭명배청 풍조와 군신일체의 북벌 의지를 드러내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오랜 기간 애호되었습니다. 주자학의 발달과 제갈량 숭배의 확산 삼국시대 지략가인 제갈량에 대한 숭배는 남송 대에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오랑캐라 여겼던 금나라에 중원을 빼앗기고 막대한 세폐를 바쳐야 했던 남송 지식인들의 상처받은 자존심은 중원을 호령하던 조조의 위나라보다는 변방의 작은 나라였지만 한나라를 계승한다는 명분을 지켰던 유비의 촉나.. 2021. 2. 19.